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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 오르며

대청봉 천불동(산61. 밤에 떠난 여인, 06.6.17)




<설악산 대청봉(1707.9m)>
산행일시 : 2006년6월17-18일(토,일요일)
산행코스 : 오색(남설악매표소)-대청봉-중청대피소-소청봉-희운각대피소-양폭대피소-천불동 계곡-비선대-소공원
총산행거리 : 19.5km
산행시간 : 11시간20분(오전1:58-오후1:33)
운행거리:대전-한계령(4시간)
인원:대전****백두대간종주팀 20여명과 함께



2006.6.17 토요일 날씨 대체로 맑음 바람 선선

"하얀손을 흔들며 입가에는 예쁜미소 짓지만~..♪"
유행가 가사를 떠올리게 하는 나의첫 야간산행
차창밖으로 작별을 해야 하는 연인은 없었지만,밤에 떠나는 산행은 충분히 설레었다
지리상으로 한가운데에 사는 관계로 어느지역으로든 떠나기가 쉽지만
유독 강원도 쪽으론 운행거리가 너무 길어서 심적으로 부담이 많이 가는 지역이었다
더구나 산행초창기때의 겨울,

가이드도 없이 남편과 둘이서 한계령에서부터 대청봉에 가려다

배탈이 나는 바람에포기했던 경험을 한 후로는 더욱 인연이 없기도 했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 포기하기를 얼마나 잘했는지,

오진 꿈만 가지고 강행했으면 틀림없이 조난깜이었을 그때를 생각하면 정말 아찔해 진다)
하지만 역시나 그 징크스가 남아있었는지,

백두대간종주팀과 한계령에서 헤어져

새벽 두시에 개방된 오색매표소에서부터 오름길을 오르는 남편의 상태가 좋지않다


체한듯해서 소화제등으로 응급조치를 하고 계속 칠흑같은 길을 헤드랜턴불빛에 의지하며 힘들게 올랐다
밝은길을 산행하는것과는 또 다르게 잠을 자야할 시간에 산행을 한다는 것이 역시나 녹록한일은 아니었다
일착으로 오색매표소를 들어간 우리였는데 속도가 느려지니 후속으로 올라오던 산꾼들이 속속 우리곁을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온통 컴컴한 어둠속에서 길게 늘어서 질서있게 흔들리는 랜턴불빛은 참으로 아름다워서,

야간산행의 묘미를 느끼게 해 주었다


오전 4시 30분쯤 되니 랜턴을 밝히지 않아도 될만큼 시야가 밝아졌고,

산에서 밤을 지새고 푸른새벽을 맞는 기분은 뭐라 표현할수 없을정도로 좋았다
계속해서 남편의 상태가 나아지지 않은 와중에 드디어 여명이 아름답게 비추는 대청봉에 도착


첫 야간산행에 이어 그렇게 목말라하던 대청봉에도 첫발을 디뎠다
세차게 몰아치는 바람에 금새 땀은 식어버리고, 홑겹의 윈드스토퍼로는 1700고지의아침한기는 떨쳐버릴수 없었지만,
음영을 드리우며 장엄하게 펼쳐진 조망에는 탄성만 나올뿐이었다
사진으로만 보던 대청봉과 중청대피소,

미처 잠에서 깨어나지 못해 막 어슴푸레 눈뜨고 있는 공룡능선과 아침햇빛에 눈부시게 빛나던 속초앞바다
정말 가슴벅찬 풍경이었고,가슴뛰는 순간이었다


한동안 넋을 잃고 바라보다가 춥고 배고픈 몸을 녹이기 위해 서둘러 준비해간 돼지고기 호박찌게를 펄펄 끓여 힌입 먹는데 산정에서의 이른 아침식사가 이렇게 행복할줄이야...
거기다가 최상의 조망과 함께따끈한 커피한잔까지 즐길수 있어서 정말 좋은 시간이었다
중청대피소가 대대적으로 공사중이라서 어수선했고 많은 인파가 다녀가는 곳이라서 파리도 많은 것에 다소 실망스러웠지만 ...


희운각과 양폭대피소를 거치며 가는 깎아지른 기암괴석들사이로 푸른하늘만 빼꼼한 천불동 계곡의 비경에는 그저
말배우는 아이처럼 몇가지 단어밖에는 말할수가 없었다
"우아~ 어으~이야~우후~"
여태껏 기껏해야 비선대까지밖에 올라보지 못해서 그 위에 이렇게 아름다운경치가 있으리라곤 알수 없었던 것이다
밤새 걷고 또 걷느라 몸은 지쳤지만공룡능선을 타는대신 얻은 멋진 산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