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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 오르며

강원도 선자령(산 31, 05.2.21)











      2005.2.20 일요일

      둘만의 산행이 아닌 산행은 언제나 긴장이 되기마련이다.
      산악회 차를 타고 눈꽃산행을 계획한 전날밤은 잠을 잘 못자고 뒤척이기 일쑤이니 말이다.
      산에서 호연지기를 배워오건만, 일상에선 잘 지켜지지 않는것 같다.
      산에 숙련된 사람들의 빠른 걸음걸이를 못따라 갈까봐 하는 걱정과
      산행을 정상적으로제대로 할수있을까 하는 하는 걱정들을 미리 하기 때문일것이다.
      겨울엔 특히나 동면하는 곰처럼 좀처럼 산행계획을 잡지않아,경험부족에서 오는 걱정도 큰것이다.
      어쨌든 겨울 산행에 대비하여 전날 겨울 용품들을 철저히 준비하는데, 날씨가 장난이 아니다.
      평지도 이럴진대, 강원도는 대설주의보가 내렸다는데 하고 은근히 걱정이 됐지만, 겪어보지 않은 담에는 마냥 들뜬기분을 이겨낼수는 없다.

      일요일 새벽 6시에 기상하여,산행차가 기다리고 있는 시민회관 뒤로 갔다.
      행선지도 다르고 산악회도 각기 다른 산행차가 줄지어 늘어서 있다.
      선자령으로 출발하는 K2산악회 차에 올라타고 늦게 도착하는 사람들이 있어 예상시간보다 좀 늦은 7시 15분에 출발했다.
      8시 30분경 음성 휴게소에서 간단히 아침식사를 하고, 요기를 해서 그런지 집을 나설때보다는 마음이 많이 푸근해 졌다
      그로부터는 내쳐 달리는 차안에서 설잔 잠을 보충하다 언뜻 깨보니, 평창 휴게소에 도착한 시간이 10시 30분경이었다.
      거기서 부터 슬슬 눈길을 대비한 스패치를 차고,신발끈을 조이고 장비들을 챙겼다.
      횡계인터체인지로 나서다 보니 말로만 듣고 그림으로만 보던 황태 덕장에 황태들이 고드름을 매달고 있는 모습이 정겨웠다.
      대관령에서 선자령으로 가는 길목은 이미 산행차들로 길이 많이 막혀 중간에서 내려서 걸어가야 했다.
      차에서 내려서 걸어 가는데 밤잠도 설치고 오는 내내 선잠에서 깬거 같지 않게 컨디션은 좋은편이었다.
      백운산과 소백산에 이어 3번째로백두대간을 밟아본다는 생각에 발걸음도 가볍게 산행기점인 대관령 휴게소에 도착하니,
      수많은 차에서 쏟아져 나온 사람들이 외길에 일렬로 늘어서 있다
      속도가 느린탓에 마음이 급해져 손빠르게 아이젠을 차고,마스크를 쓴 다음, 11시경부터 오르기 시작했다.
      앞사람이 진행을 해야 오를수 있기 때문에 조금만 걸어도 숨이 가쁜 나에게는 잘된일이었지만
      종착점까지 너무 늦게 도착할까봐 걱정이 되었다
      능선을 타고 가는 길은 칼바람과 그대로 맞닥뜨려야 하기 때문에 눈만 빼꼼히 내놓는 마스크가 필수라는걸 절실히 느꼈다
      고글을 쓰고 마스크를 했더니 입김때문에 고글에 자꾸 김이 서려서 빼 놓았다가 코와 입이 너무 얼어서 감각이 없어져
      동상이 걸리는게 아닌가 하고 겁이 더럭 났다
      물끼 한점 없는 눈가루 들이 세찬 바람이 불때마다 날아와 사정없이 얼굴을 때릴때는
      다시한번 자연앞에 한없이 나약한 인간의 모습을 느꼈다.
      그러면서도 허리까지 오는 깊이로 쌓여있는 눈들이 얼마나 희고 깨끗한지 마치 고운 설탕처럼 보였다.
      끝도 없이 이어지는 능선과그 능선에 한없이 이어진 사람들의 행렬들..
      길은 그리 험한길이 아니었지만,문제는 바람이었다.
      건장한 남자들도 날려 버릴듯이 불어대는데, 사람들은 모두 힘없이 비틀거리고 여자들은 겁먹은 비명을 내지르고, 아우성이었다.
      아무리 비명을 질러도 바람은 의연하게 그리고 더욱 더 세차게 불어대는데..
      비틀거리며 눈보라를 헤치고 나가는게 너무 고통스러워서 포기하고 싶었지만, 되돌아가기에도 너무 멀리 왔고
      오직 앞으로 나아가 바람이 없는 곳으로 가고 싶을뿐이었다.
      다리는 천근 만근이고 손가락이 꽁꽁 얼어오고 꼭 죽을것만 같았다.
      따갑게 후려치는 눈바람속에서 오직 살아야겠다는 일념으로 한발 한발 힘겹게 나아가다보니, 드디어 선자령!
      정신이 오락 가락해서 선자령 바로 아래서 이젠 더이상 안올라 가겠다고 했더니, 남편이 웃으면서 바로 이 위가 선자령이란다.
      여기까지 온게 그곳에 가기 위해서 인데 안 올라 갈수가 있겠는가?
      선자령 ..해발 1200m.. 그 고지에 우뚝 섰다.
      그 위에서도 사람들은 낙엽처럼 흔들렸지만,정복한 자가 전리품을 챙기듯,선자령 푯말앞에서 사진 촬영에 바쁘다.
      우리도 서둘러 기념 촬영을 한 다음 세찬 바람때문에 주변 경관을 즐길 겨를도 없이
      출발할때 한번보고 오를때 까지 한번도 마주치지 못한 일행들을 찾아 부지런히 종착지인 초막교를 향해 하산길을 잡았다.
      요기는 커녕그때까지 물한모금 마실 경황이 없이 한참을 내려가니 드디어 우리 일행들이 바람을 피해 점심을 먹고 있었다.
      우리는 그제서야 크게 늦은것 같지는 않아 좀 안심이 되어서, 서둘러 불을 피우고 라면을 끓이려는데 연료가 속을 썩인다.
      화력이 쎄질 않아, 억지로 불리듯이 익힌 라면을 추위에 사시나무 떨듯 떨어가며 먹자니, 이게 무슨짓인가 싶고, 사서 고생이란 생각이 들었다.
      기진 맥진 해서 뭘 먹고 싶은 생각이 들지도 않고,배가 고프지도 않은 상태에서
      거의 그저 뱃속에 음식을 채운다는 심정으로 허겁지겁 식사를 마치고
      쉴틈도 없이 이미 하산한 일행들을 쫓는데 하산길이 또 장난이 아니었다
      오르는길의 능선만큼 바람이 없는것은 좋은데
      무릎까지 푹푹 빠지는 길을 헤치고 갈려니까 길 이외에는 가파른 낭떠러지이고
      미끄러져서 한없이 떨어질까봐 여간 고역이 아니었다
      하산길의 백미는 엉덩이 썰매라고 되어 있었는데,남편이 주워온 비료푸대를 타고 내려 가니, 나름대로 재미도 있고 좀 수월하게 내려 갈수 있었었다
      나이 든 사람들도 어린애 마냥 괴성을 질러가며 엉덩이로 미끄러져 내려 가는 모습을 보고 서로들 웃어대고,
      팔을 노 삼아 미끄럼질 쳐서 내려오는것에 지칠 무렵, 드디어 가파른 길은 끝나고 평탄한 길이 나오는데
      사람이 다닌길 옆으로 쌓인 눈이 허리 높이만큼 되는 길인데도 불구하고 반갑기 이를데 없었다.
      이제 금방 종착지라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빨리 도착하고 싶은 마음에 허위 허위 눈밭을 푹푹 빠져가며 내려 가니,
      우리가 젤 마지막 주자였지만 시간상으로는 늦은건 아니었다.
      뱝 먹는 시간을 줄였으면 일행들과 같이 내려올수도 있었는데 하는 아쉬움을 남겼지만
      총 5시간의 선자령 산행을 큰 부상없이 마쳤다는걸높이 사고 싶었던
      그야말로 파란만장했던 선자령 산행을 마쳤다.

      코스:대관령 휴게소(출발)-새봉-선자령정상-860봉-초막교(종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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