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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 오르며

사천 와룡산(산 28, 04.4.19)




2004.4.17 토요일

진주에서 살다가 사천으로 이사온 예니의 집을 방문하기로 한 날,
일요일 산행을 위하여 베낭을 꾸려메고 집을 나섰다.
반소매를 입어도 더운 여름날씨 같은 토요일
몇달만에 보는 친구들 생각에 마음은 가볍다
혼자 떠나는 여행으로써의 사천은 초행길이다.
사회생활엔 항상 어리버리해서,어벙하게 사천행 티켓을 끊고 버스에 오르니,
차시간에 대려고 긴장했던 급한 마음이 조금은 사그러 진다
막힘없이 두시간 여를 달려 사천에 도착하니,입이 절로 귀에 걸린다.
정류장에서 예니네 가게까지 한달음 밖에 안되는 거리였고,
신호등 저편에 부산 친구들과 예니가 나와서 손을 흔들어 준다.
가게에서 조금 떨어진 예니네 그림같은 전원주택은 우리 모두가 꿈꾸는 집이었다.
조그만 연못이 두개나 있고, 앙징맞은 텃밭까지 있는.. ^^
모두가 출출한 터라 삼천포 표 싱싱한 생선회를 먹으며, 매실주와 함께 수다 수다, 왕수다..
최고의 시간 이었다.
주인장으로써 만반의 준비를 하느라 수고가 많았을 예니의 따뜻한 마음을 느꼈다.
넉넉하고 푸근한 마음을 이 친구에게서 많이 배운다
한발 늦게 도착한 미수를 맞으러 가로등도 졸고있는(?아예없는.. ㅎㅎ)
시골길을 걸으면서도 즐거웠고, 꿈같은
친구들과의 해후의 시간은 밤 12시가 넘어도 계속 이어졌다.



      짱구 올 시간이 됐기 때문에 2부에 계속... ^^*



      2004.4.18 일요일

      친구네 집이라는 편안함 때문이었는지,콘도에서 잘때보다 잠도 많이 잤고
      산행하기에 무리가 없는 컨디션이었다.
      동창회도 물리치고 아침 일찍오신 산행 좋아하시는 예니 아빠(신랑) ^^*
      덕분에 부산의 버터 아빠(신랑)도 합류하여,
      서둘러 준비가 끝난 시각은 오전 10시가 다 된 시각이었다
      차로 10분정도 이동하여 죽림동 임내소류지 밑 주차장에 도착했다.
      시멘트 포장길을 20여분 올라 가는데, 초반부터 진이 빠진다.
      참 발동이 걸리기 힘든 체력이다.
      체력을 기르기 위해 매일같이 한시간씩 에어로빅도 열심히 했건만, 별 소용이 없는 것 같다.
      의지가 약한 건지..나로써는 최선의 힘을 끌어내면서 진행 해도
      친구들과 보조를 맞추는게 이렇게 힘든지.. 한심한 노릇이다.
      내 페이스대로 가자면, 친구들한테 민폐가 되는건 기정 사실이지만,그렇다고 숨이 꼴딱 넘어가게 생겼는데, 안 쉴수도 없고..
      오르막이긴해도 험하진 않은 길인데,맨 뒤에서 근근히올라가고 있으려니,
      선두대열의 버터아빠가 먹을 물 하나만 남기고밥 하나에 상추 쌈뿐인 내 짐을 덜어준다.
      그것만 덜어내도 좀 가벼워진 듯 하여 객기로 좀 앞장서 보지만,
      앞장 설 체력도 못되고맨뒤에 가는게 편하지
      앞에서 가는것은 영 뒷꼭지가 근질거린다.
      계속 오르막인 솔숲길을 한시간쯤 올랐을까?
      첫번째 안부인 상사바위 앞에 이르니, 천왕봉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그 위용이 늠름하고,

      탁 트인 전망에 점점히 떠있는 그림같은 남해의 다도해를 바라보니 감탄이 절로 나온다.
      잠시 앉아 불어오는 바람에 땀을 식히고, 오이를 나눠 먹으며 휴식을 취하는 기분이
      친구들과 함께이기 때문에 흐뭇하고 뿌듯하다.
      꿀맛같은 휴식을 마치고 다시 본격적인 등산의 시작이라 할수 있는 새섬 바위 쪽으로 걸음을 재촉한다.
      젤 힘든 코스라고 할수 있는 80도가 넘는 경사 오르막길이다.
      근육이 그제서야 발동이 걸리는지,뒤처지기는 했지만, 잘 따라갈수 있었다.
      간간히 사진 촬영때문에 멈춰서는 시간이 대열에서 더 떨어지게 만드는 원인이 되었는데,
      아름다운 와룡산의 모습을 두고 두고 보려면 사진기에 담지 않을수 없다.
      오를수록 조망은 더 좋아지고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풍경을 내려다 보는 기분이란,
      산사람(윽!^^)만이 알수 있는 기쁨일 것이다.
      진한 핑크색의 철쭉과는 달리 간간히 흰색에 분홍이 살짝 가미된
      키 큰 철쭉꽃을 볼수 있었다는 것이 이채로웠고,
      그렇게 30여분 오르막길을 기어 오르니,

      새섬바위로 가는 아슬아슬한 날등의 장관이 펼쳐진다
      아기 공룡능선 쯤 될까?
      그야말로 양쪽 아래는 모두 깍아지른 절벽인 날등을 조심 조심 내려 가야 했다
      가히 와룡산 등산의 절정이라 할수 있는 코스였다.
      암릉지대엔 오히려 강해서, 친구들과 함께 보조를 맞출수도 있었고
      아슬 아슬한 스릴을 즐기는 묘미가 있었던 코스였다.
      최고의 재미를 주는 새섬 바위 코스가 끝나면
      예쁜 진달래길인 와룡산 정상인 민재봉 가는길이다.
      진달래 길에서 새섬바위를 배경으로 친구들을 찍어주는데,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민재봉을 700미터 앞에 둔 지점이었다.

      심하진 않은 빗줄기이고 아쉬운 마음에 민재봉까지 갔다가 가자고 했지만
      다수의 의견이 수정굴 쪽으로 하산하자는 쪽이어서,하산을 시작 하였다.
      아직 점심을 먹지 않은 터라,약 20여분을 내려가는데 마땅한 곳이 없어,
      돌이 잔뜩 쌓여 있는 너덜길에 대충 자리를 펴고 푸짐한 상추쌈에 밥을 먹는데,
      굵어졌다 가늘어졌다 하는 빗줄기가 밥속으로 달려든다.
      화기 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눈물젖은 빵이 아니라 비에 젖은 밥을 맛있게 먹고,
      발밑으로 펼쳐지는 아름다운 다도해를 바라보며 뜨거운 커피한잔을 마시니,
      그 자유로움에 왕비가 부럽지 않다.
      내려가는 길에서 다시 10분쯤 내려 가는 곳에 수정굴울 구경하고
      되짚어 오는 길이 얼마나 가팔르고 힘이 들던지

      기진 맥진한 꼴이 불쌍했든지 길씨(버터신랑 ^^)가
      '저기 가는 저노인 짐벗어 날주소 '하는 듯이 내 베낭을 뺏어 진다. ^^
      미안해서 그러지 말라고 손사래를 쳤지만, 후딱 뺏어들고 가 버린다.
      내 몸은 훨씬 가벼웠지만,마음은 무거웠다. 내가 짐이 되는것 같아서..
      하산길은 특별하게 힘든길은 아니었고, 평탄한 소로길이 계속 이어진다.
      한참을 가다보니,다시 상사바위 안부가 나오고, 이제는 본격적으로 오는 비를 쫄딱 맞으며 하산을 마친 시각이 오후 3시 20분 경
      총 5시간여의 산행을 마쳤다.

      ※ 차 시간이 맞지 않아서 저녁까지 사주고
      극구 차표까지 끊어주던 예니에게 다시한번 고맙단 인사를 하고 싶고,
      친구들 맞느라고 너무 수고 많이 했고,
      몸살이나 안났는지?? 질긴 아줌씨들 때메.. ^^*

      길씨에게도 감사드립니다.초면에 신세를 너무 많이 져서..
      바람의 아들 대열에 끼게 되었던 것만으로도 영광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
      미끄러운 바위에서 넘어지는 바람에 영광의 상처 하나는 남았지만,
      마음엔 뜨거운 불꽃 하나 다시 심었던 좋은 친구들과의 뿌듯한 산행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