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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 오르며

그리움 여행 ... 주왕산 가는 길(소엽 산기,2003-11-01 )





주왕산에 갔습니다. 지난 일요일에.
아주 오래 전 어느 가을날에 잠시 갔던 그 주왕산...
그때는 산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고 그저 갔던 곳이었고, 누구와 함께 갔던 지도
모르겠어요. 다만 제 1 폭포까지만 갔던 걸로 기억합니다. 시간이 넉넉하지 않아서
더 멀리로는 못 갔던 게 아닌가 싶어요.

본격적인 산행으로 나선 주왕산...
주왕산 들어가는 초입에 감나무를 보았습니다. 오래 전에 몇 년 머물렀던 상주에서
많이 보았던 그 감나무! 외갓집에 가면 아침마다 갔던 샘가에도 있던 감나무...

주왕산은 특히 입구 부분에서부터 제 1폭포까지의 길에 보이는 바위 봉우리들이 참으로
기이하고 특이하지요. 가면서 내내 감탄하며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느라 일행을 놓치고
혼자서 후다닥 걸어야 했습니다.

제 3폭포까지 갔다가 도로 조금 내려와서 왼쪽으로 주왕산 정상으로 가는 길로 접어들고
부터는 오히려 단풍과 나무들만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정상까지 2킬로미터 남겨 놓은 곳
부터 시작되는 가파른 오르막길은 힘은 들었어도 운치가 있었습니다. 올라가면서도 아래를
내려다보며 전망을 보려고 애썼지요. 산에 가면 그게 참 좋잖아요. 멀리까지 내려다보는
그 기분...

정상에서는 오히려 전망이 가려졌습니다. 정상을 지나서 아래로 대전사 쪽으로 내려오면서
오른쪽으로 보이는 이 바위 봉우리들이 또 제 발길을 붙들었습니다. 여기가 아마도 주왕굴이
있다는 그 봉우리가 아닐까 싶어요...

이 풍경을 찍고 있는데, 어떤 사람이 지나가면서 제게 하는 말.
"아가씨~ 거긴 역광이어서 잘 안 나올텐데요~!"

그 사람은 아마도 제게 아가씨라고 부른 걸 금새 후회했을 지도 모릅니다.
모자 아래로 귀옆 부분에는 흰 머리카락이 제법 있었거든요. 언뜻 지나가면서
못 봤을는지는 몰라도.

총 산행 시간이 네 시간 남짓이었습니다. 제3폭포를 지난 곳에서 점심을 먹은 시간까지
합쳐도 다섯 시간이 안 되거든요. 그렇게 빨리 끝날 줄 알았으면 주왕굴에도 올라가
보는 건데 싶어 아쉬웠습니다.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후에 주왕산을 다시 찾았듯이,

더 많은 시간이 지나간 뒤에 주왕산을 찾는다면, 저도 어느 노부부처럼 제 1폭포를 지

나서 주왕굴까지만 오르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분들은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좀 뜸한

주왕굴로 올랐는데, 아주 좋았다고 했습니다.

다 내려와서는 대전사의 법당에 들어가서 부처님께 절하고 나왔습니다.
버스가 서 있는 곳까지 오는 길에는 양 옆의 식당으로부터 나오는 고소한 냄새가
우리들을 유혹했지만, 꿋꿋하게도 그냥 지나왔습니다. 추억의 국화빵만 사 먹었지요.

다른 일행은 다들 어디로 갔는지, 우리 셋만 천천히 걸어서 버스를 타러 갔습니다.
버스 안에는 정상까지 안 간 사람들이 몇몇 이미 와서 앉아 있었습니다.

지난 달에 명지산에서도 그랬는데, 이번에도 몇몇은 역시 하산하고는 막걸리 한 잔에
목을 축이고 왔습니다. 우리 마음으로는 산행이 끝났으면 바로 출발했으면 싶었는데.

오는 길에는 문경 새재 쪽에 들러 저녁을 먹고 수원에 도착하니까 12시가 조금 넘었습
니다. 집에 왔을 때는 12시보다는 1시에 더 가까워지는 시각이었지요.

아침 여섯 시 삼십 분에 나서서 밤열두 시 삼십 오 분 경에 도착했으니, 그때까지도
안 자고 있던 남편으로부터 한소리를 들은 것은 물론입니다.
그래도 11월에는 문경 대야산으로 간다고 해서저도 당연히 가는 걸로 말해 두었답니다.

( 친구네 아파트 산악회에서 매월 네째 주 일요일에 산에 가는데, 지난 5월에는 소백산, 그리고 지난 9월에 명지산에 함께 갔지요. 다른 때는 시간이 안 맞아서 못 갔고... 회비가 15000원인데, 주왕산만은 저녁 포함하여 20000원 내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