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10.26 일
한달에 한번 노는 토요일을 골라, 남편은 연가까지 내가며,
설악산 대청봉에 갔다 오리란 원대한(?)꿈을 안고 만반의 준비를 한것도 며칠,
토요일 오전 11시쯤 집에서 출발하여, 긴긴 여행길에 오른다
떠나는 길에서 조차 잘 해낼수 있을까? 라는 부담감이 계속 마음을 짓누르고 있었지만,
애써 즐겁고 가벼운 마음을 가져보려고 노력해 본다
가는 내내 울긋 불긋 곱게 채색된 산들을 바라보면서 떠나는 여행은 분명즐겁기 때문이다.
여주를 지나는데 차가 많아지면서 20여분을 지체구간에서 시간을 까먹었지만,
대전에서 원주까지는 2시간정도 걸렸다.
한계령을 향해 달리는데,꾸불 꾸불한 산길을 달리다 보니,
안하던 멀미까지 나서 속을 괴롭힌다
오후 4시가 되어서야 겨우 도착한 한계령.
설악 특유의 찌를듯한 암봉들에 둘러싸인 한계령의 위용은 볼때마다 감탄이 나온다.
단풍은 아래쪽에 약간 남아있는정도이고,
해발 920고지인 한계령엔 두꺼운 털옷을 입었어도 이가 딱딱거릴정도로 완전 겨울바람이 불고 있었다.
새벽에 차를 댈곳을 물색한다음,
숙박할곳을 찾기위해 8km 떨어진 오색까지 내려가서 민박(3만)을 정하고,
근처 식당에서 된장찌게백반으로 저녁식사를 했다.
내일을 위해 민박집으로 돌아온 다음,
베낭을 꾸려놓은 다음 밤 9시부터 잠을 청하는데,영 잠이 안온다.
그저 눈만 감고 있을뿐,
자야 된다는 강박관념이 오히려 잠을 쫓는지,
어떤 자세를 취해도 편하지가 않고,고문이 따로 없다
남편이나 나나 거의 한숨도 못잔 상태에서 깨난 시각은 새벽 3시,
오히려 깨어 있는것이 자는것보다 편안한거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그 새벽에 안먹히는 밥을 억지로 먹은 다음,
등산나들목인 한계령휴게소를 향하는데,
공기가 맑고 높은지대여서 그런지 별이 그렇게 밝고 맑게 빛나는건 처음 봤다.
북두칠성이 손에 잡힐듯이 선명하고,
까만하늘에 반짝이는 별들이 그야말로 보석같았다
산의 특성상 그 시간은 산을 오르려는 산꾼들이 행동 개시를 하는 시간이다.
지나쳐오는 오색에서도 벌써 헤드랜턴을 밝힌 등산객들이 속속 산에 오르고 있었다
털옷에 목도리까지 완전 무장을 한다음,
한계령 매표소가 있는 계단을 오르는데,상태가 벌써 좋지않다.
사방은 칠흑같고,바람은 교교한데,설친 잠에 정신이 다 몽롱하다
매표소에 물어보니, 새벽 4시인데,
우리앞에 벌써 300명이나 올라 갔다고 한다.
헤드랜턴으로 간신히 길을 비추며 올라가는데,
갑자기 배가 아프고 어지럼증이 나면서 구토감도 올라온다
비위에도 안맞는 즉석 인스턴트 밥을 억지로 먹은게 탈이 난것 같았다.
가고자 하는 소망이 있었기에 꾹 참고 몇걸음 더 옮겨보지만, 도저히 안되겠다.
조난을 당하느니, 애초에 포기하는게 나을것 같아서, 터덜 터덜 내려오는데,
올라오는 사람들이 벌써 갔다오느냐고 한다.
"아니에요~" 하고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하는데,
어찌나 창피하든지..어둠을 뚫고 씩씩하게 산에 오르는 사람들이 얼마나 위대해 보이든지..
애초에 초행길인 곳을 가이드도 없이 밤길에 올라간다는 것이 무모한 짓이었다.
패배자의 모습으로 쓸쓸히 집에 돌아오는데,
컨디션 제로, 기분 제로여서,그여히 멀미도 못견디고, 다 토해내고는 축 쳐져 버렸다.
잘하면 강릉 경포대에서 일출은 볼수 있겠다는 남편의 제안에 일출이라도 보려고 경포대로 향하는데,
시간을 딱 맞춰서 온거 같았다.(이때 시각이 새벽 6시40분)
이제 막 해가 떠오르려고 동쪽 바다가 옅은 오렌지 빛으로 아름답게 물들어 있고,
바닷가에는 일출을 보려는 사람들이 점점이 서 있었다.
드디어,해가 솟아오르는데,생전 처음 보는 모습은 정말 경이로웠다.
장난꾸러기가 낼름 혀를 내미는 모습처럼 올라오드니,
맨홀에서 '끙차' 하고 올라오는것처럼 솟다가,
애기가 '까꽁' 하고 나오는 것처럼 나오는 모습이 정말 장관이었고,
드디어 태양이 온전히 자태를 뽐낼때는 눈이부셔서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했다.
비록 설악산 대청봉엔 가지 못했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일출을 볼수 있다는것으로 충분히 위안을 삼으며,
다시 집으로 향하는데,그렇게 못자던 잠을 차안에서 다 자고나니,
컨디션도 어지간히 회복된것도 같고 해서
예서 이대로 말수는 없다는 생각에 원주 치악산에 오르기로 의기 투합했다.
일부러라도 오고 싶은 산이었는데,
잘 됐다는 생각을 하면서, 치악산에 도착하니,
유명세에 걸맞게 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주차장에서 매표소까지도 꽤 걸어야 되는 거리였고,
매표소에서부터 정상까지의 거리는 5.7km.
왕복 소요시간은 약 6~7시간 오전 11시가 다 된 시간이니,
날저물기 전에 다녀오려면 서둘러야 했다.
구름떼같은 사람들에 치어 가면서 오른 세렴폭포까지의 길은 넓고 평지같은 길이다.
세렴폭포에서부터는 본격적인 험로가 시작되는데 길은 두코스로 나뉘어서,
오른쪽의 계곡길(2.8km)과 왼쪽의 사다리 병창길(2.7km)인데,
사다리 병창길은 사람이 너무 많아서 줄서 있다는 말에 계곡길을 택한다
초반에는 그런대로 길이 좋다가, 갈수록 바위만 널려있는 길이 한없이 이어진다.
아침이라고 먹은것도 다 내놓고(?) 육포나 오이등만 먹으면서 가려니,기운이 딸린다.
우리가 오르는 중에는 거의 내려오는 사람뿐 오르는 사람은 우리 포함 몇사람 뿐이다.
정상 가까이에 올라서 보니, 아직은 단풍이 시들지 않은 아름다운 치악산이 발 아래 펼쳐진다.
이 맛에 다들 정상으로 오르는 걸까?
정상석 주변에 기념촬영 하는 사람들로 줄서 있다.
내 차례가 오기까지 남편은 전속사진사처럼 여러사람 사진을 찍어줘야 했고.. ^^*
하산은 사다리 병창길로 내려오는데,
올라오는 사람들의 얼굴에 지친표정이 역력하다.
산길은 어떤 길도 결코 편한 길이 없다는걸 다시금 느끼지만 능선을 바라보면서 내려오는길이라
단풍든 경관은 아름다웠다
토요일부터 싸들고 다니던 밥은 얼음장 같아서 먹지도 못하고,
거의 하루종일 곡기를 섭취하지 못해서 허기와 피곤함으로 몸은 기진 맥진이다
세렴폭포에서부터 주차장 까지의 길이 너무 멀어서 (3km) 매표소에 도착했을때는
이미 날이 완전히 저물었고 (총 소요시간 7사간)
매표소에서부터 주차장 까지도 지친몸으로는 만만한 거리가 아니라서 순환버스를 타고 내려갔다
허기가 지니, 국물이 있는 음식이라면 아무거라도 먹었으면 좋으련만,
원주로 가는 도중 길은 완전 주차장으로 변해 있고,
거북이 걸음으로 밀려가다가 길가의 우렁 쌈밥집에서 허겁지겁 배를 채우고,
아직도 밀려 있는 차들 사이로 비집고 들어가 보지만, 길은 뚫릴줄을 모른다
도저히 안되겠어서 시간이 두배로 들지만,
차가 움직일수 있는 제천 쪽으로 빠져서 국도를 타고 한없이 달려 집에 도착한 시각은 자정이 되어서 였다
그리하여 장장 800km가 넘는 대 장정을 마치고 돌아온 그리운 나의 집에선 그렇게도 자려고 해도 오지 않던 잠이 너무나도 달콤하게 찾아와 주었다. 산행기 끝.
# 지나온 여정
가는길
대전-중부고속도로-호법I.C-영동고속도로-원주 만종 I.C-중앙고속도로-홍천 I.C-철정 삼거리-내촌-아홉고개-상남-현리-필례약수-한계령
돌아오는길
양양-하조대-동해고속도로 현남 I.C-강릉-경포대-강릉-영동고속도로-새말 I.C-치악산-원주I.C-만종분기점-중앙고속도로-제천 I.C-38번 국도-장호원-중부고속도로 일죽I.C-대전
주행거리 :815km
경비:기름값 9만원
민박 3만원
식사 3만4천
고속도로 통행료 2만 5천원
주차료,입장료 1만원
Sarah Brightman ~ Gloomy sun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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