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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 오르며

전남 고흥 팔영산(산 28, 03.11.25)









2003.11.23 일요일

시끄럽게 울리는 알람을 끄며 일어난 시각은 새벽 5시,

따뜻한 이불속이 나를 유혹했지만,안떨어지는 눈꺼풀을 억지로 떼고,
전날 미리 끓여 놓았던 콩나물국을 뎁혀서 보온병에 꾸려 넣고,

떠날 차비를 끝내니 6시가 된다.
오늘은 내가 처음으로 산악회를 따라 가보는 날이라,

걱정 반,호기심 반으로 컴컴한 새벽길로 나섰다.
버스가 기다리고 있는 장소 근처에 우리차를 주차해 놓고,

5분가량 걷는데,뚝떨어진 새벽공기가 긴장한 몸과 마음을 더욱 움츠러 들게 만든다.
대기해 있는 버스에 몸을 싣고 출발한 시각은 6시 37분,

우리처럼 부부팀이 몇명있는것 같았고, 총인원은 30명쯤 되었다.
전날부터 갑자기 추워진 날씨때문에 취소된 인원이 많다고 한다.


허긴 하얗게 서리를 뒤집어쓴 풍경은 버스안에서 보기에도 스산해 보였다.
갈길이 먼 만큼, 버스는 고속도로를 타자 전력 질주하기 시작한다.
다들 집에서 일찍 나온 만큼 모두 잠을 청하고,

졸며 깨며, 약 4시간여를 달려오니, 멀리 팔영산 특유의 꼬불꼬불한 봉우리들이 보인다.
도착하니 따로 설명도 없이, 다들 장비 챙겨서 곧바로 산을 향해 올라간다.
열심히 따라 가는데,내내 자면서 온 몸은 선잠에서 깨어나오지 못하고 굳어 있다.


하얗게 서리가 앉은 제 1봉쪽 등산로를 따라 흔들바위까지 오르는 1.7km길은 대체적으로 완만했다
제 1봉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봉우리 점령 작전이 시작된다.
사람들의 행렬이 이미 한줄로 길게 줄을 서서 진행은 느리기만 하다
날등을 타고 넘는 봉우리 점령은 난공불락의 요새를 탈환하는것 같다.
그 많은 사람들이 조종에 의해 움직이는것처럼

가쁜 숨소리만을 내며 깍아지른 봉우리들을 오르기 위해

슬로우 비디오처럼 움직이는 광경은 근래 보기드문 광경이었다.
전사들처럼 한데 얼려서 오르기 망정이지,

둘만의 산행이었다면 아마 엄두를 내지 못했을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봉우리들을 한개 한개 오를때마다 점점이 흩어져 있는 섬들과

탁 트인 전경은 탄성이 절로 나올만큼 특이하고 아름답다.
산이란게 원래 하나의 정상을 오르기위해 오르는데,

팔영산의 특이한점의 하나는 여덟개의 봉우리들을 정복하는 산행이라는 것이고,

남해의 그림같은 풍경을 조망할수 있다는 점일것이다
제 4봉(사자봉)과 5봉(오로봉)이 가장 험해서 오르기도 가장 힘들었던것 같았고,

한사람씩 올라야 하는 관계로 시간도 많이 소요 되었다.
한개도 아닌 여덟개의 봉우리들을 오를때마다 성취감은 컸지만,

비례해서 다리는 갈수록 천근 만근이 되어갔다
제 8봉에 갈때까지 우리팀인 '그린 산악회'사람들은 찾아볼수가 없는것이

역시나 오늘도 맨 꼬래비 인것 같았다.
드디어, 8봉에 다다르니, 출발에서부터 무려 4시간이 걸린 시간이었다.
따뜻한 햇살이 비추고,

살랑 거리는 바람이 초가을 날씨 같은 넓따란 바위위에서 해창만을 바라보며

얼큰한 콩나물국을 후루룩거리며 늦은 점심을 먹고 잠시 쉰다음,
기다릴 사람들 걱정에 서둘러 하산했다.
거의 다 내려올 즈음, 산악회회장으로부터 안오냐는 전화가 오는데,

과연 우리가 젤 꼴찌였다.
영락없이 민폐를 끼친것에 마음이 급한데,

오늘도 다리를 한번 접질른 철이씨는 걸음을 빨리하지 못한다.
다들 어찌그리 빨리 올수 있었는지..

사람들이 많아서 줄을 설 정도 였는데..

이미 모두 버스에 타고 있는 사람들을 보며 늦어서 미안하단 인사를 하고,

우리가 타자 마자 버스는 곧바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총 6시간의 산행을 마친 오후 4시였다.

p.s:그만큼의 장거리를 뛰는데 들어간 경비도 저렴했고,

장시간 운전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좋았지만,

낙오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때문에 부담이 적지 않았던 산행이었다.
우리는 그래도 사진 촬영도 해가면서, 경치도 즐기며 갔지만,

우리보다 빨리 간 사람들은 산과 바람을 즐길만한 시간이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유있게 자연을 느끼며 산행을 할 생각이면 둘이 좋고,
경비 절감을 위해서는 단체 산행을 하는게 낫다는 것이 이번 산행에서 느낀점이다.



Against The Wind - Bob Seger & The Silver Bullet 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