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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 오르며

속리산 상학봉(산 23, 03.10.4)






2003.10.3 금요일

등산에 빠지기 시작한 후론 등산에 관한 것이라면 눈이 번쩍 뜨이게 돼 버렸다.
매달 구독하는 월간 '산'을 통해 속리산 '묘봉'에 관한 정보를 입수하고,추천하는 명품 암릉산행을 위해 속리산으로 향했다
대전에서 1시간 40여분을 달려 활목재에서 충북 보은방향으로 2키로 지점 산행 들머리인 신정리마을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12시 30분경

눈이 부시도록 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힘차게 출발한다. 오늘은 어떤 모험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
산에 오를때마다 그 어떤 산이든 결코 만만하게 볼 산은 없다는것을 알고 있기때문에
두려운 마음은 항상 가지고 있지만, 도전하는 재미도 그에 못지않다.

주차장에 차를 놓고 임도를 따라 5분쯤 올라가면 상학봉 1.9키로 묘봉 3.4키로란 이정표가 나오는데
우린 계획대로 왼쪽길인 상학봉쪽으로 발길을 옮겼다.
처음부터 묘봉 등산 기사를 자세히 봤으면 산행 기점을 정확하게 찾을수 있었을텐데..
알고보니 우린,고수들이 택하는 서북릉 길로 들어선 것이다
파란하늘에 그림처럼 떠 있는 흰구름을 벗삼아 시원스럽게 펼쳐지는 경관을 바라보며 가는 암릉길은 아기 자기하면서도 스릴있었다.
하지만, 큰 즐거움을 얻기위해선 감수해야 할것도 크게 마련인 법,능선에 서서 불어오는 바람에 채 땀을 식히기도 전에 맞닥뜨린 첫번째 난관,
사방은 아찔한 절벽인데,집채 만한 바위에 밧줄만이 뎅그러니 내려뜨려져 있는것이다


조심조심 내려온 등산객들이 묘봉까지 가려면 이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겁까지 팍 준다.그래도 온 길이 얼만데, 되돌아 갈수는 없는일
암릉길을 오다보니 이미 시간도 많이 지체 됐고,전진 밖에는 길이 없었다.
진땀을 흘려가며 첫번째 난관을 뚫고 나간다.본격적으로 이어지는 바위들과 밧줄들을 지나치니 오늘의 최대 난코스라 여겨지는 직각 암벽이 나타난다
돌아가는 길이 설마 없으랴 하며 희미하게 난 내리막을 내려가 보아도 길은 없어 뚫고 가는 수밖에는 없었던 것이다
가만보니 밧줄 두개는 암벽에 드리워져 있고 한쪽으로 나무를 기대어 놓은 틈사이로 밧줄이 내려져 있다.베낭을 매고는 지나갈수도 없는 작은 틈새로 올라가야만 하는것이다.


우선 베낭을 내려놓고 남편이 먼저 올라간 다음, 밧줄에 베낭을 매서 올려보내고 내가 올라가는데, 이건 결코 장난이 아니다.
간신히 밧줄을 잡고 올라가긴 했는데 막판에 바위를 잡고 몸을 끌어올려야 하는데, 힘은 딸리고 꼭 뒤로 굴러떨어질것 같다
죽을 힘을 다해 겨우 올라오고 보니, 코앞은 낭떠러지고 발디딜 공간도 충분치 않은데,또 다른 밧줄이 기다리고 있다.
아직도 사지가 벌벌 떨리고 다리도 풀렸는데, 여길 또 지나야 한다.또 다시 남편이 시범을 보이고, 똑같이 올라오라 한다
발디딜만한 곳도 제대로 없고, 미끄러지기도 하는 곳에서 완전 해병대 유격훈련을 연상케하는 폼으로 올라오고 나니,
유격훈련을 우수한 성적으로 수료 하였슴! 하며 농담을 던지지만, 남편의 얼굴도 아직 핏기가 돌아오지 않았다.
호된 통과의례를 겪고 드디어 다다른 상학봉 꼭대기도 역시 세뼘정도의 공간뿐이다


겁이나서 일어서지도 못하고,딱 엉덩이가 들어가게끔 돼 있는 공간에서 사발면 한개로 요기를 하는데 세차게 부는 바람이 이제는 한기를 느끼는 계절이 온것 같았다
애초에 출발 시간도 넘 늦었었고. 암릉코스를 지나는데 허비한 시간도 많았기 때문에 1키로만 가면 되는 묘봉정복은 다음기회로 미루기로 하고 저물어 가는 산을 내려 왔다
원래 목표를 세우기는 상학봉- 주전봉-묘봉-애기업은바위 코스(소요시간 4~5시간)로 했는데,
하산하여 따져보니,초반부터 길을 잘못들어 목표대로 이루질 못했던것 같다
목적지 까지 가지 못한것이 많이 아쉬웠던 산행이었지만, 난코스를 이겨낸 것이 큰 보람이었고 스릴넘쳤던 산행이었다
뉘엿 뉘엿 저물어가는 노을빛에 비친 하얀 억새가 가을 산행의 묘미를 더해주던 상학봉 산행이었다

**포인트**
주차장에 차를 놓으면 한참을 걸어야 하니,주차장을 지나쳐 첫번째 이정표에서 오른쪽 임도 끝까지 차로 가는게 에너지를 아끼는 길인것 같다.
임도지선 쪽으로 가면 상학봉을 거쳐 묘봉-애기업은 바위코스로 올수 있고
묘봉쪽 임도 끝까지 가서 묘봉- 애기업은 바위 코스로 내려올수도 있습니다
빠르고 편안한 코스산행을 원하신다면 위 추천대로 하시고
우리처럼 스릴있는 암릉 산행을 원하신다면
상학봉쪽으로 차를 몰아 임도 끝까지 가서 오르시면 됩니다

**대전기점 가시는 길**
대전-옥천-보은-청천-신정리